"보지 못하니 가슴을 때리는 감동이 더 진합니다"

 

  (사)문화강대국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극 '뗏목아라리'공연 호평

 

 '합강정 뗏목이 많다더니/장마에 다 풀렸네/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아리아리 고개로 넘어간다'

 주인공 담이가 구성지게 풀어내는 뗏목아리랑에 무릎을 두드리며 장단을 맞춘다. 소리는 멀리서 들리다가 귓전을 때리며 가까워졌다. 발끝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4월 24일 춘천시 춘천길 축제극장 몸짓에서 소리로 보는 연극의 막이 올랐다. (사)문화강대국의 '뗏목아라리'는 전국 최초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입체음향 소리극이다. 소극장 무대와 객석 등 전체가 무대가 되어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했다. 이날 시각장애인을 위한 낮 공연과 일반인 대상의 저녁공연이 이어졌다. 비장애인들은 안대를 착용하고 소리와 느낌, 배우들의 목소리에만 의존해 연극을 감상했다. 

 

 뗏목아라리는 구한 말 춘천의 한 소녀가 뗏못꾼이 되는 과정을 강원도의 민요와 소리로 엮은 극. 가족 간의 사랑이 담긴 이야기다. 숨죽여 연극을 감상하던 관객들이 남매의 애절한 사연에 혀를 차고 한 숨을 쉰다. 연극이 끝나자 관객들이 소극장 로비로 나왔다. 단체로 소극장을 찾은 원주 시각장애인협회(회장 전선숙) 회원들에게 감상을 묻는다. 이한순(60.원주 명륜동)씨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고 했다. "없이 살 때 다 저랬지. 고생만 하시던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 내가 서른도 안 되서 병 땜에 시력을 잃어 부모님이 무진장 속상해했었어."이 씨의 감은 눈 너머로 상심한 눈물이 느껴졌다. 장봉덕(73.원주 태장동)씨도 연극을 보며 어린 시절과 부모님을 떠 올렸다. "옛날에 못 살고 사기까지 당해 힘들었던 게 생각나. 소리루 듣는 연극도 실감나고 좋아. 가끔 협회에서 영화를 보러 가거든. 거긴 설명이 없어서 대충 짐작만 하는데 오늘 연극은 죄다 말해 주니까 본거나 같어. 잘 봤어."장씨는 군에서 제대하고 태백 탄광에 취업했었다. 28세에 탄광 폭파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좌측 눈은 돋보기 들이대면 흐리게라두 보였는데 점점 흐려져서 간신히 윤곽만 보여."소리로 보는 연극이었지만 모두 흡족한 얼굴이다.

 

 정영숙(68.워주시 태장동)씨는 어려서 눈관리를 잘 못해 시력을 잃었다. "전쟁 통에 약이나 제대루 쓸 수 있었겠어? 아주 어릴 땐데 약을 못 써서 눈이 이렇게 됐어. 쬐끔은 흐리게 봤었는데 나이 드니까 아주 망가져버렸어."정씨는 영화나 연극을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낀다. "소리루다가 감상하는 거지. 뿌옇게 형체만 보이니까 보려니 생각두 안해. 그래두 이렇게 나오니까 바람두 쐬구 좋네. 노래두 좋았구, 영화보담 나아."

 소극장 안내데스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팜플렛이 쌓여있다. 전선숙 회장은 40대 초반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어 점자 읽기에 어려움을 겼는다. "선천적 시각장애인은 훈련을 통해 점자에 익숙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감각이 무뎌져 점자를 익히기가 어렵다."며 "눈이 불편해 보기에 어려울 뿐 생각이나 느낌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시력이 약해진 대신 청력이 발달하고 손끝이 예민해졌다."고 했다. 

 

 보지 못해도 본 것과 다름없이 무대장치는 관객의 머릿속에서 완성됐다. 해설사의 지문으로 넘실대는 푸른 강물과 주인공들의 생김새, 동작 등이 실제보다 더 또렷한 실체로 다가왔다. 눈으로 보는 연극이 아니라 소리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드라마였다. 소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어깨위로 햇살이 가득 내려앉았다. 구한말,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마친 관객들이 버스에 올랐다. 연극은 계속 될 것이다. 

 

 

                                                                                                                전경해 기자 

출처 : 강원가정복지 다문화신문 / 2015. 5. 15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