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딸기같던… `소양강처녀' 실제 주인공은 2명

국민가요 `소양강처녀' 실제 주인공은 2명


47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스토리텔링 등 본격 나서

▼17세 소녀 박경희
고 반야월 선생 머물던 여관 딸
쪽배 직접 노 저으며 태워줘
당시 사연 노랫말로 남겨

▼18세 소녀 윤기순
동생 학비 마련위해 상경
고 반야월 선생에 노래수업
춘천 중도서 같이 천렵도


서로 다른 곳에서 `소양강 처녀'로 불리며 살아온 박경희(65·충남 계롱시)씨와 윤기순(62·춘천 사북면)씨가 9일 도청에서 47년만에 처음 만났다. 국민애창곡 소양강 처녀 노래의 실존 주인공인 이들은 그동안 `누가 진짜 소양강 처녀 노랫말의 주인공일까?'라는 의문의 주인공이기도 했기에 처음에는 어색한 모습도 보였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박경희)

박경희씨는 1960년대 춘천 소양1교 상류 강변 `호수장'이라는 여관집 딸이었다. 

소양강변에 산다는 이유로 학창시절 별명도 `소양강 처녀'였다. 1967년 3월 고(故) 반야월 선생이 시상(詩想)을 찾기 위해 왔다며 여관에 보름간 머물렀다. 반 선생은 소양강 상류 쪽의 작은 섬에 가겠다며 그곳까지 태워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때 그를 태워준 `소양강 처녀'가 바로 당시 17세 소녀 박씨다. 쪽배에 그를 태우고 석양을 등진 채 노 젓는 소녀의 모습에서 첫 가사는 만들어졌다. 박씨는 당시 남자친구가 있었다. 노를 저으면서도 소녀는 남자친구가 보낸 편지를 틈틈히 읽었고 거제도에 살던 남자친구의 편지에는 “여기엔 동백꽃이 한창”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노랫말 2절의 동백꽃 가사는 그 편지 내용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 선생은 서울로 가기 전 “네 사연을 노랫말로 썼으니 음반이 만들어지면 주겠다”며 노 젓는 처녀 뱃사공 박씨의 사진을 선물하고 떠났다.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윤기순)

7남매의 맏딸로 태어난 윤씨는 형편이 어려웠던 부모님을 대신해 열여덟 나이에 동생들의 학비 마련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한국가요작가 동지회'에서 반야월 선생을 만나 노래수업을 받았고 반 선생은 첫 음반 `이토록'을 만들어줬다. 고마운 마음에 1968년 윤씨의 부친이 반 선생을 춘천에 초대했다. 상중도에서 천렵을 하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고 젖은 윤씨의 모습은 마치 갈대밭에서 외로이 우는 두견새처럼 보였다. 1990년 반 선생이 한 방송에서 중도 천렵 내용과 그 모델이 윤기순이라는 실명을 공개하며 자신이 주인공임을 알게 됐다. 바쁜 일정 속에 혼기마저 넘긴 윤씨는 `소양강 처녀'로 살다 2001년 춘천 지암리에 계시던 부모님들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춘천으로 이사를 와 지금까지 농사일과 가든 경영을 함께하고 있다. 

■모두가 주인공

이날 두 `소양강처녀'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참석자들은 두 사람의 스토리를 합해야만 `소양강 처녀' 노랫말의 퍼즐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생전에 반야월 선생도 주인공을 특정짓기보다는 당시 소양강에 살았던 모든 처녀가 주인공이라고 언급했었다. 두 소양강처녀는 이날 서로의 이야기를 인정했다. `우리가 주인공'이라며 활짝 웃었다.

문화강대국(대표:최정오)은 박씨와 윤씨의 사연을 취합해 스토리텔링화 하고 5월에 동영상을 유튜브와 SNS에 본격 공개할 예정이다.

최영재기자 yj5000@kwnews.co.kr 

출처 : 강원일보 / 2015. 4. 10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