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생생한 관람…첫 ‘입체음향 연극’ 나왔다

춘천 소극장 `‘뗏목아라리’

무대 곳곳에 마이크 설치
발자국·숨소리까지 전달
장애인 관객 “보이지 않아도 생동감”
시각장애인도 생생하게 연극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전국 최초의 입체음향 연극이 나왔다.

 

27일 오전 강원 춘천의 소극장 ‘축제극장 몸짓’은 커다란 헤드폰을 낀 특별한 관객 50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이들은 시각장애인들로 표정엔 설렘이 가득했다.

 

막이 오르자 ㈔문화강대국의 ‘뗏목아라리’가 펼쳐졌다. 조선 후기 춘천의 한 소녀가 뗏목꾼이 되는 과정을 구성진 강원소리와 민요로 엮은 소리극이다.

 

소리극 뗏목아라리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맞춤식 연극이다. 무대 곳곳에 설치된 입체음향 마이크(더미 마이크)와 입체음향 헤드폰을 통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아도 원근감과 방향감 등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객석의 관객들은 무대 앞뒤, 좌우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대사는 물론 발자국, 숨소리까지 입체적으로 느끼면서 공연을 즐겼다. 소리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배우들이 직접 공연 중에 간단한 설명도 곁들였다.

 

이날 오전과 오후로 나눠 무료 공연을 즐긴 춘천시각장애인협회 회원과 시각장애 특수학교 강원명진학교 학생 등 관객 100여명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반인수 춘천시각장애인협회장은 “감동적인 줄거리와 함께 소리의 입체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등 보지 않아도 극의 생동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해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정오 ㈔문화강대국 대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극이 시도됐고, 그 시작이 강원도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자주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출처 : 한겨레신문 / 2014. 10. 27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