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야말로 사람 중심의 예술을 할 수 있다"

 

설립 15년을 맞은 '문화강대국' 최정오 대표 인터뷰

-수도권 편중, 자본력에 의해 좌우되는 문화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강대국' 설립 
-국악·민요·타악·댄스·무용·연기·마술·영상까지… 약 43명의 단원 활동
-올해 앵콜공연을 했던 군함도 역사를 다룬 작품 '까마귀'가 가장 기억에 남아
-"소모되는 예술 말고 사람이 남는 예술을 하고 싶다"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최원순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문화강대국 최정오 대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한데모여 복합적이고도 특별한 무대를 만들어내는 다원예술단체, 춘천의 문화강대국이 올해로 창단 1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수도권에 편중된 문화예술, 지역예술인들의 패배의식을 바꿔나가고 지역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고 하는데.시사포커스 목요초대석에서 문화강대국 최정오 대표를 만나 얘기 나눠봤다. 

다음은 최정오 대표와의 일문일답. 

◇박윤경>문화강대국하면 창작작품을 무대에 많이 올리는 곳으로 알려져있다. 요즘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나? 

◆최정오>다다음주 16일 춘천 몸짓극장에서 열리는 새로운 공연, ‘라임의 왕, 김삿갓’이라는 공연을 준비 중이다. 

◇박윤경>문화강대국, ‘다원예술단체’라고 소개를 했는데, 이러한 타이틀이 강원도내 유일하다?  

◆최정오>그렇게 들었다. 전국에도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기존 예술단체들은 장르별로 예인들이 뭉쳐서 만들었다. 이제는 시대가 변하기도 하고 인기있는 장르 위주의 단체들이 살아남게 되는데, 그런 경쟁 구도들이 소모적이라고 느꼈다. 애초부터 여러 장르, 무대예술 모든 장르 실현해보자라고 해서 만들게 됐다.

 

올해 창단15년을 맞는 다원예술단체 문화강대국 (사진=문화강대국 홈페이지 캡쳐)

 

 

◇박윤경>여러 장르라 하면 지금 같이하시는 분들의 장르가?

◆최정오>국악·민요·타악·댄스·무용·연기·마술·영상까지. 약 43명 정도가 함께 하고 있다.  

◇박윤경>벌써, 창립한지 15년이 됐다. 2002년 첫 시작? 돌아보시면 어떤가.

◆최정오>돌아보기 싫은데(웃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얼마 전에 스스로 평가하기에 문화강대국이 지역에 잘 안착했구나라고 평가했다.

◇박윤경>문화강대국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나왔나?

◆최정오>예술이라는 현재의 문화를 앞서가는 부분이 있다. 역사, 사회와 함께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 모든 걸 다 통용할 수 있고 비전을 가질 수 있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내용, 경제 혹은 군사적 강대국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문화적 강대국이 되길 원한다라고 하신 부분이 마음을 울려서 김구 선생 묘소에서 절 한번 하고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박윤경>춘천에 둥지를 틀게 된 이유? 

◆최정오>고등학교 때 책을 읽다가 춘천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에 예술가가 산다는 글을 읽었다. 어린 마음에 춘천이라는 곳은 요즘 말하면 엘프의 도시, 예술인의 도시라는 환상이 있었다. 그 후 대학을 춘천으로 왔는데 환상 때문에 오게 된 거다.

◇박윤경>초기 10여년간 사람을 모으는데 집중했다고 들었다. 모두 지역 예술인들인가? 

◆최정오>거의 강원도 지역의 예술인이고, 서울에서 활동하다 춘천으로 이사 온 분도 꽤 있다. 

◇박윤경>이제는 고정 관객층, 소위 말하는 팬덤도 생겼다고?

◆최정오>한 5년전부터 생기기 시작했는데, 우리도 깜짝 깜짝 놀란다. 홍보를 하기 전부터 연락이 온다. 우리가 1년치 계획을 잡는데 그쯤 된다 싶으면 예약전화를 하는 거다. 팬들의 사랑을 받다보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박윤경>그동안 ‘영혼콘서트’, ‘팡타스틱’, ‘상남자 리턴즈’ 등.. 순수 창작 공연들을 많이 선보여왔다. 화제를 모은 공연 소개도 해주신다면?

◆최정오>강원도에서 정착을 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콘텐츠를 많이 늘리자는 거였다. 중앙에 비해 콘텐츠가 없어 지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고정관념이 될까봐 우리만의 색깔을 가질 수 있는 공연 만들자라고 생각했다. ‘영혼콘서트’는 다원예술이고 ‘팡타스틱'은 넌버벌 타악공연이고, ‘상남자리턴즈’는 코미디 다원예술극이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올해 앵콜공연을 했던 군함도 역사를 다룬 까마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태평양 전쟁의 광기가 극에 달하던 1945년,지옥섬이라 불리던 일본 하시마섬(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 광부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까마귀(연출 최정오)’. 한수산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사진=문화강대국 제공)

 

 

◇박윤경>문화강대국이 ‘최초’로 시도해 주목을 받는 일도 많았다.전국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국악창작극을 진행했는데? 

◆최정오>문화강대국을 하기 전 내가 영화계에 있었다. 시나리오 쓰고 뮤비 만들고 그런 일을 했다. 스크린 작업을 하다보면 이 실제감을 어떻게 주느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감은 극장에서 오는 것이다. 무대예술에서. 사실은 시각장애인분들이 감각이 예민해서 더 잘 느끼신다. 여러군데 마이크를 가져다 놓고, 공간감과 원근감 배경소리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더니 시각장애인 분들이 좋아하시고 눈물을 흘리셨다. 뗏목아라리라는 공연인데 강원도 소재의 국악극으로 소양강 통해 한강으로 나무를 하던 나무꾼들의 이야기다. 전국 29만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정말 좋아했다. 보통은 소리로만 하는 공연은 있는 걸로 안다. 그러나 이 분들은 실제감을 느끼는 분들이다. 바로 앞에서 배우들이 공연을 하면 그 감정전달까지 몇배로 느낄 수 있는 거다. 

 

국악창작극 '뗏목아라리' 공연 장면(사진=문화강대국 제공)


◇박윤경>2013~2015까지 강원도 3.1절과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창작공연을 선보인 것도 처음있는 일이었다고? 

◆최정오>딱딱한 의전행사를 예술행사·문화행사로 바꾸고 싶었다. 타이밍이 잘 맞아서 하게 됐고, 굉장히 큰 호평을 받았다. 중앙에 계신 분들도 강원도의 의전행사를 벤치마킹하라는 지침이 떨어질 정도였다. 강원도청에 백서도 만들어졌다. 강원도 행사 이렇게 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했다. 감정을 다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것이 그 날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박윤경>기존의 만들어진 공연을 올리는 일도 쉽지만은 않은 일인데,문화강대국은 창작공연을 많이 한다. 더 어려운 일 아닌가.

◆최정오>어렵다. 그러나 인원이 많기에 42명의 예인들이 뭉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본인의 장르에서 못하던 것 다른 장르를 접하면서 다른 상상력을 갖게 된다. 무대 예술은 기본적으로 연기·춤·무용·발성이 기본으로 들어가는데 기본에 충실한 것이 서로의 각 장르를 넘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싶다.

◇박윤경>문화강대국을 만든 최정오 대표님의 이력이 화려하다.연출, 작가 그리고 작사가, 여기까지도 감탄했는데,논어, 중용, 대학, 도덕경 등 동양철학을 강의하기도? 

◆최정오>인문학은 모든 희곡을 쓰는 작가나 연출가들이 계속해서 소양으로 배우는 부분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연출가들이 공부한다. 동양철학을 어릴 때부터 접하면서 우리나라 역사나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 등 문화적 생태를 배우는데 이만한 책들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 공부하게 됐다. 

◇박윤경>인문학에 정통한 부분이 당연히 대표님의 창작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은데? 

◆최정오>물론 도움이 되고 그리고 그것을 뛰어넘으려고 노력을 한다.

◇박윤경>창작 활동, 영감을 어디서 받는지?  

◆최정오>주된 것들의 반대를 찾는다. 예를 들어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 가수들이 100명씩 나와 그 중에서 뽑아달라고 춤을 춘다. 이런 노골적인 것에서 좀 더 인간적이고 존재적인 작품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매스미디어의 자극적 공연이 생기게 된다면 그것의 반대급부도 항상 있다. 이런 것들을 스크린 말고 무대에서 느끼고 싶은 분들이 꽤 많다. 결국 사람에서 소재를 찾고 강원도에서 소재를 찾는다.

◇박윤경>수도권에 편중된 문화, 자본력에 의해 좌우되는 문화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문화강대국을 설립하고,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그간 지역 예술계에 어떤 변화를 얼마나 이끌었다고 보시나? 

◆최정오>제가 판단하기는 좀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지역에서야말로 사람 중심의 예술을 할 수 있다. 한 집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인데, 예인들이 커가는 것들을 주변 사람들이 보게 되고 주민들이 보게 되고 진정성을 공감하면서 애초에 ‘지역 공연이 재밌겠어? 질이 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셨던, 인식이 변화된 것, 그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박윤경>앞으로 강원 공연예술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지? 

◆최정오>기본적으로 관심과 사랑이다. 지역에 패배주의가 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대학로에 있던 배우들이 몇 달사이에 반으로 줄고 제작자들이 목숨을 끊는 일들이 있었다. 과잉경쟁과 자본에 의한 예술 행정으로 생기는 일인데 그런 것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 지역이 아니겠나. 관심과 사랑이 있다면 충분히 건강한 단체들이 살아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심과 사랑이 항상 고프다. 항상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에 출연한 문화강대국 최정오 대표(사진=최원순PD)

 

 

◇박윤경>활동하면서, 중앙에서의 문화강대국 평가도 들어보신 적 있는지?

◆최정오>처음에는 전문성을 얘기하더라. 문화강대국 내에 여러장르가 있다보니 전문성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막상 공연을 보면 그런 게 사라진다. 매일 반복하는 사람을 못이기는 것. 전국 내에서도 문화강대국 얘기가 많이 회자된다고 들었다.

◇박윤경>문화강대국 대표로서 또 지역 문화예술인으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 

◆최정오>문화강대국의 예인들, 사람이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소모되는 예술 말고 사람이 남는 예술을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적·이념적 관계를 떠나 만약 통일이 된다면 북한의 예인들과도 함께하고 싶고, 전 세계 탈장르 예인들과 사람중심의 예술인들과 많이 만나고 싶다. 

◇박윤경>앞으로 지역 예술 발전을 위해서도 많이 힘써주시길 부탁드린다.

◆최정오>마지막으로 할말이 있다. 매스미디어 발달하다보니 작품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는데 극장에 오는 일은 정성이 들어가는 일이다. 영화보다 훨씬 더 귀찮은 일이다. 그걸 알기 때문에 정성을 안 들일 수가 없다. 어르신들 눈에는 우리가 노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만큼 몇 배로 정성을 들이는 공연이다. 보시면 충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박윤경>말씀 고맙습니다.지금까지 문화강대국 최정오 대표였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 2017.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