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막아라’… 뮤지컬·연극계가 나섰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의 나라다. 통계청의 ‘2013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만442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구 10만 명 당 28.5명이다. OECD 회원국 평균 12.1명의 2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살을 주제로 한 뮤지컬과 연극이 강원도 춘천과 원주 무대에 잇따라 오른다. 심각한 사회 문제인 자살을 다뤄 삶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취지다.
춘천의 다원예술전문법인 (사)문화강대국은 4번째 영혼콘서트로 창작 뮤지컬 ‘청(聽·사진)’을 21~22일 한림대 일송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청’은 19살 청이 물에 빠져 죽은 뒤 겪는 경험과 현실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 현재까지 강원도에서 창작·공연된 뮤지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청은 ‘모든 자살은 타살’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깊이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낸다. 또 발라드·포크·일렉트릭·록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뮤지컬의 감동을 더해준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문화강대국 최정오 대표는 “2007년 시작한 영혼콘서트는 물질문명이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이려고 했다”며 “그 일환으로 만든 ‘청’은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영혼 치유와 소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원주의 극단 치악무대는 19∼23일 원주시 중앙 청소년문화의집 소공연장에서 연극 ‘죽기살기(死生)’를 공연한다. ‘죽기살기’는 자살을 암시하는 자진암이라는 바위산에서 자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신부와 스님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연극은 자살이란 무거운 소재를 신부와 스님, 전직 술집 마담, 그리고 경찰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캐릭터의 조합으로 코믹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 연극에는 중견배우 이일섭과 국내 정상급 연극인 김익태, 배우 장설하, 탤런트 김승현 등이 출연한다. ‘죽기살기’는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서울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치악무대는 또한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생명 존중 및 자살 예방과 정서 발달을 위한 세미 뮤지컬 ‘혼자가 아니다’와 교육연극 인 ‘미래의 장례식’을 제작해 각 학교에서 순회공연 중이다. ‘혼자가 아니다’는 자살을 선택한 아이들이 학교 옥상에 올라가다 수위의 제안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통화하면서 새 삶을 찾는 내용이다. 현재 7개 고교에서 공연했으며 동해상고 등 4개 학교에서 더 공연된다.
‘미래의 장례식’은 여중생 미래의 실종과 미래가 키우던 거북이 미래의 죽음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관객(학생)이 관람 후 해결되지 않은 극 속의 문제 장면에 개입해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보는 연극이다. 다음달 16일 봉의중까지 4개 초·중·고교에서 공연한다.
이찬호 기자 <kabear@joongang.co.kr>
출처 : 중앙일보 / 2014. 11. 14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