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시선에 물든 강원의 '시'와 '악'
비오는 춘천의 늦여름,김시습이 스승을 생각하고,강릉의 가을에는 난설헌이 신선계를 상상한다.겨울이 되면 김삿갓이 고향 영월을 그리워하고,다시 돌아온 봄에는 인제에서 한용운이 사랑을 노래했다.
강원의 아름다움을 읊은 시인들의 삶과 문학이 음악,연극,무용,영상 등으로 꽉 채워진 종합예술로 펼쳐졌다.지난 12일 춘천문예회관에서 열린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의 정기공연 ‘강원시선’에서다.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구성돼 다소 산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탄탄한 기획력이 이를 중화시켰다.
강원의 사계를 모티브로 4개의 장으로 구성,1장 ‘강원시선’에서는 김시습의 시 ‘봉매우별(逢梅又別·만났다 헤어지다)’을 주제로 늦여름의 폭우 장면을 비장하면서 대중적인 선율로 표현했다.정기훈 지휘자는 곡의 긴장감을 끝까지 이어가며 멜로디가 극대화 된 서정의 극치를 보여줬다.허난설헌의 시 유선사를 표현한 ‘몽유’에서는 노문선 무용가의 창작무용과 이소연·박자연 소리꾼의 ‘한 오백년’,‘강원도 아리랑’ 등이 강원도 특유의 정서를 이끌어냈다.템포를 올리며 상승구도로 가는 곡 전개와 중독성 있는 리듬이 마지막까지 귀를 자극했다.마지막으로 한용운의 시 ‘사랑하는 까닭’은 가수 나경화가 폭발적인 가창력의 가곡으로 재구성했다.
각 시인이 상징하는 시대적 배경,계절성은 몰입감과 입체성을 더했다.특히 여름으로 시작해 봄으로 끝맺은 순서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순환의 이미지를 배가 시켰다.이날 공연은 도립국악관현악단의 첫 유료공연임에도 객석이 가득 찼다.코로나19로 무대를 잃었던 강원도 예인들은 아낌없이 기량을 발휘했고,관객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한 관객은 “국악관현악은 처음 접했는데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좋았다.입문에 제격이었다”며 “더 많은 국악 무대를 관람하고 싶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객은 “퓨전무대로 대중성을 높여 신선했지만 국악관현악만의 고유매력이 더 빛나는 공연도 기다린다”고 했다.김진형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
출처 : 강원도민일보 (20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