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룡이 보러 춘천 온다” 지역 공연 브랜드화 가능성 활짝
막 내린 문화강대국 ‘희극인 삼룡이’
1세대 코미디언 배삼룡 일대기
근현대사 아픔 웃음으로 녹여내
12회 전석매진·사전예매 98%
무대 경계 허물어 참여 확대
타 지역 관람객 30% 집계
[강원도민일보 한승미 기자] 화려한 무대 위 펼쳐지는 흥겨운 춤판,객석의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우는 그야말로 ‘웃픈’ 무대가.
‘예술’을 하겠다고 모여 무대만 보고 살았던 이들의 인생이 격동하는 근현대사 속에 자신도 모르는 방향으로 이리저리 흘러간다.한 악단에서 같은 꿈을 꾸며 만났던 이들 중 누군가는 양공주가 됐다고 하고 어떤 이는 팔을 잃었다.극의 절정에서 이들은 미군 부대 인근의 한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한다.수년의 세월이 흘러 눈물의 조우를 한 이들은 춤을 추지 않으면 쫓겨난다는 이곳 규칙에 울다 웃으며 음악에 몸을 맡긴다.춤도 인생도 원하는대로 할 수 없었던 때다.
‘살아 있었네’가 인사가 되던 시절의 이야기가 코미디언 배삼룡의 일대기를 통해 전해진다.
문화강대국의 뉴트로 감성 코미디극 ‘희극인 삼룡이’가 지난 17일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총 12차례 무대에 오른 이번 공연은 전석 매진으로 공연마다 만석을 이뤘으며 이 중 사전 예매율이 98%를 넘었다.공연 말미에는 현장 예매를 위해 대기자가 줄을 잇기도 했다.춘천시 지역명품 공연예술 지원을 통해 앙코르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지난 해 초연보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특히 이번 앙코르 공연에는 관객 참여도를 대폭 높이며 연극적 요소를 더했다.공연 시작부터 배우들은 객석을 돌아다니며 악극단 홍보물을 배포하고 배우 지망생 역으로 관객을 무대 위로 올리기도 했다.극 말미에는 전문 배우가 아닌 어린 아이가 등장해 연신 삼룡이의 개다리춤을 따라한다.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공연 형식은 최근 적지 않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번 악극의 시나리오 자체가 유랑극단을 소재로 한 만큼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느낌도 남다르다.실제 과거 극단의 관객이 된 듯 시간여행을 떠난 기분을 갖게 된다.
또 신파적 요소는 줄이고 그 자리에 코미디적 요소들을 더 채워넣었다.악극을 하기 위해 어머니의 돈을 훔쳐 떠나는 청년 삼룡이의 모습이나 동료 여배우를 선망하던 애절함은 과감히 덜어냈다.
어머니는 잠결에 연신 방귀를 뀌고 눈물을 흘리며 사랑을 찾아 헤매는 삼룡이의 모습은 찰리 채플린을 오마주한 슬랩스틱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연극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명료하다.부제인 ‘고난의 세월,웃어야 산다’는 공연의 시작과 끝에 선명하게 스크린에 투사된다.주제는 후들후들 횡으로 흔들리는 삼룡이의 개다리춤에 고스란히 녹아있다.개인적으로는 작고 못생겨서 배우가 될 사람이 아니라는 주변의 질책이,밖에서는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예측할 수 없는 역사적 상황들이 그의 다리를 하릴없이 휘청거리게 한다.하지만 삼룡이는 넘어져도 일어나고 휘청거려도 다시 중심을 잡으며 순박한 웃음을 내보인다.
공연 초반 조용히 읊조리는 그의 좌우명이 극 전체를 관통한다.“안 넘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비실비실 넘어져도 일어나는 사람이 될 거야”
전국의 악극단들과 주변 배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시간 속에서도 끝까지 꿈을 잃지 않았던 배삼룡은 전국적 배우,코미디언으로 거듭난다.
이런 삼룡이의 이야기는 악극 자체의 성공과도 맞닿아 있다.이번 앙코르 공연은 관람객 중 30%가 다른 지역에서 온 것으로 집계,‘삼룡이 보러 춘천 온다’는 말을 입증했다.지역 공연은 전국적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가능성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춘천을 넘어 전국 순회공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지역 공연예술 브랜드화의 선례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승미
출처 : 강원도민일보 (2019.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