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향토극단] 장르 벽 허문다…다원예술단체 '문화강대국'

열정 하나로 똘똘 뭉쳐 연기·마술·밴드·댄스 융합공연 시도
전국 첫 시각장애인 국악극 등 17년간 창작물 50여편 무대 올려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여러 예술 장르를 한데 묶어내는 창작공연이 문화강대국의 브랜드입니다"

 

강원도 춘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강대국'은 다원예술단체다. '다원'은 여러 장르의 융합을 뜻한다.

연기를 비롯해 마술, 어쿠스틱 밴드, 록 밴드, 힙합, 국악, 댄스, MC, 작가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 예술인이 한 지붕 아래 뒤섞여 활동하고 있다.


서울 중심의 문화 생태계와 거대 자본이 좌지우지되는 문화계 현실에 대응해 '사람 중심의 예술, 다원성과 가치성의 예술'을 표방한다. 2002년 창단됐고, 7년 뒤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의 주제 속에 각기 다른 개성의 콘텐츠를 융합한 무대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여러 장르가 하나의 스토리 안에 녹아든 다원 극과 댄스 무언극, 창작 뮤지컬, 신개념 타악 퍼포먼스 등 이 단체가 선보이는 융합 창작공연은 파격적이다.

 

이에 걸맞게 단체 구성도 눈길을 끈다.

문화강대국이라는 틀 안에 연기, 음악, 마술, 영상 등 10여개의 개별 공연단(유닛팀)이 구성돼 있고, 끼와 열정으로 똘똘 뭉친 40여명의 젊은 예술인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같은 무대에 한꺼번에 서기보다는 분야별 협업을 통해 공연마다 필요한 인력이 특색있는 형태로 투입된다. 일조의 지주회사 개념의 운영방식이다.

수익도 공동 배분하는 대신 각 단체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복수로 연결된 소속 예술인이 출연 무대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 채택됐다.


 

단원 개개인이 전공을 뛰어넘어 다른 장르의 영역까지 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다고 연기가 서툰 것도 아니다. 단원들은 적어도 5년 이상 연습과 실전을 반복하며 기본기를 다져왔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단원 모두는 특정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어떤 무대라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

변변한 월급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소속 공연단 스태프는 대부분 전업일 정도로 소속감도 강하다.

녹록지 않은 공연환경 속에서 문화강대국이 지역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한 것은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성과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실력, 그리고 공연예술을 향한 열정이 혼합돼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들이 지방의 한계를 딛고 15년 넘게 무대를 지켜올 수 있던 힘의 근원이 된 셈이다.

그 배경은 최정오(44) 문화강대국 대표의 남다른 실험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대학 시절 시나리오를 썼던 그는 작가라는 안정되고 편안한 직업을 접고, 문화강대국을 만들었다.

지역 밴드인 '철가방 프로젝트'에서 활동하며 겪어야 했던 생활고 극복을 위해 지주 개념의 단체 운영방식도 도입했다.

 

 

창단 후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었지만,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창작 정신 하나로 버티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창단 초기 삶과 죽음의 철학적 주제를 다룬 '영혼 콘서트'는 객석에 일일이 지방(紙榜)을 붙여놓고 콘서트를 진행하는 파격 행보로 지역 문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17년간 50편에 가까운 창작물을 무대에 올렸다. 1년에 적게는 4편, 많게는 11편에 이르는 작품을 선뵀을 정도의 놀라운 성적표다.

 

전국 최초로 장애인을 위한 시험 무대도 선보여 주목받았다.

시각장애인용 국악 창작극 '뗏독아라리'을 제작, 전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공연한 것이다.

관객들은 눈으로 보는 대신 입체 음향 마이크나 헤드폰을 이용해 원근감과 방향감을 느끼면서 생생한 무대의 열기를 느끼도록 연출했다.

 

실력 있는 공연단체로 입소문을 탄 문화강대국은 2013년 강원도 3.1절 기념식과 8.15 기념식에 창작공연을 선보여 종전의 틀에 박힌 기념행사를 94년 만에 문화행사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이 사례는 강원도가 발간한 '문화예술형 정부 의전 행사 추진 백서'에 담겨 전국에 전파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문화강대국은 2014년부터 5년 연속 강원도 공연장 상주단체에 선정되는 등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16년 일제의 강제 징용 아픔을 연극으로 표현한 '까마귀'는 전회 매진을 기록했고, 지난 4월 '비늘'까지 매번 색다른 콘셉트를 창작해 무대마다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문화강대국은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았다.

대한민국 1세대 코미디언의 삶을 통해 변화한 시대상을 재조명하는 '희극인 삼룡이'는 올해 지역 명품 공연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이 작품은 축제극장 몸짓에서 25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매주 금·토·일요일에 공연한다.

 

최 대표는 "좋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지역에서도 서울 대학로 못지 않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며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다원예술을 선보이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원도가 우리의 주 무대인 만큼 통일이 되면 단원들과 북녘의 곳곳을 찾아 나서는 문화사절단 역할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덧붙였다.

 

hak@yna.co.kr

 

출처 : 연합뉴스 (2019.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