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림받던 촌스러움, 울림주는 새로운 문화가 되다

도내 공연 작품
‘월화’ ‘희극인 삼룡이’
시대 배경 살린
복고풍 소품·의상 눈길
카페·사진관 등
낡은 간판·꽃무늬 식기
신선한 트렌드로

 

 

강원 문화계에 ‘뉴트로’ 바람이 불고 있다.‘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와 ‘새로움(New)’이 합쳐진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최근의 문화 트렌드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카페나 펍,사진관 곳곳을 점령하기 시작하더니 도내 공연계까지 스며들고 있다.촌스러움이 연극 무대를 거쳐 신상으로 진화 중이다.

뉴+레트로=뉴트로 

 

1920년대 제작의상만 100벌 도립극단 '월화'
강원도립극단은 5일 초연된 2019 정기공연 ‘월화-신극,달빛에 물들다’를 위해 의상 100벌을 디자인,제작했다.화려하지만 처절했던 개화기,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의 인생을 담은 이 작품 무대에는 모던걸,모던보이 의상들이 화려하게 등장한다.암울했던 고난의 시대에서도 예술과 자유를 꿈꿨던 이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한복과 양복 속에 교차한다.
상하의 옷 100세트는 물론 근대 카메라 등 시대상을 살린 각종 복고풍 소품들도 자체 디자인,제작됐다.시간의 변화가 나타나는 일대기 형식인데다 무대와 일상을 오가는 주인공의 직업적 특성(?) 탓에 의상 교환을 도울 보조직원 2명도 이번에 처음 채용할만큼 의상에 신경썼다.
타이틀과 무대용 글자 폰트에도 레트로 감성을 녹여냈다.그 덕분에 1920년대의 시대적 혼돈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이 초연 후 나왔다. 

 

6.25전후 음악과 무대 재현 '희극인 삼룡이'
‘삼룡이 보러 춘천온다’는 말까지 나오게 한 문화강대국의 연극 ‘희극인 삼룡이’도 해방 직후와 6·25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양구 출신 청년 배삼룡이 코미디언이 될 때까지 1940∼1960년대 모습이 무대로 꾸며진다.
배삼룡이라는 인물로 본 시대상은 연기 뿐 아니라 무대장치에서도 재현됐다.당시 의상과 아코디언,콘덴서 마이크,남인수의 음악에 당시 유행하던 악극을 재현한 것이 시대적 감성을 더해준다.
희극인 삼룡이는 인기에 힘입어 내달 3일 양구 배꼽축제 현장 거리공연에 이어 10,11월 춘천 몸짓극장에서 상설로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어서 뉴트로 인기를 이어가는데 한몫할 전망이다.

일상 곳곳 추억, 문화 자극 카페·사진관·펍 점령
무대보다 뉴트로를 먼저 받아들이기 시작한 곳은 우리 주위의 카페와 펍 등 일상 공간이다.
오래된 소품을 활용한 카페들이 인기를 독차지 하고있는데 이어 복고풍 사진을 촬영해 주는 스튜디오들도 생겨나고 있다.춘천의 ‘파란구름사진관’은 지난 5월 개화기 콘셉트의 촬영을 시작했다.복고풍 의상과 구두,모자 등으로 이색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촬영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박영희 파란구름 사진관 대표는 “뉴트로 열풍 이후 수도권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의상대여 서비스를 스튜디오에 접목했다”고 말했다.
여관으로 쓰였던 옛 ‘강남장’ 건물을 개조한 레스토랑 겸 펍 강남1984(춘천 퇴계동) 앞에는 빛바랜 옛날 간판이 그대로 놓여져 있고,할머니댁 찬장 구석에서 발견하면 ‘유레카’를 외친다는 빈티지 유리컵들이 즐비한 카페 크로프트(춘천 낙원동) 등은 SNS를 점령하는 단골 핫플레이스다.자개장이나 꽃무늬 은쟁반,옛날식 일일 달력처럼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방구석 소품들은 당분간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양정웅 ‘월화’ 총괄디렉터는 “레트로한 감성은 올드하지 않고 오히려 신선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이 시대가 원하는 뉴트로 감각에 부합하는 감성을 통해 또다른 스타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승미 singme@kado.net 

출처 : 강원도민일보 (2019.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