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옥의 문화읽기] ‘헨델의 메시아’와 ‘지지배배 콘서트’ - 탈장르 예술극 춘천문화 희망 예술가 보호 육성에도 힘써야

지난주 두개의 공연을 잇따라 보았다. 연일 계속되는 원고지 노동에 지쳐 좀 쉬고 싶던 터라 문화활동(?)을 하기로 했다. 하나는 춘천시립합창단의 ‘헨델의 메시아’, 또 하나는 문화강대국의 ‘지지배배 콘서트’였다. 목요일과 금요일, 연달아 가게 된 두 편의 공연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춘천문화 예술회관의 안락한 의자에 묻혀 음악으로 현현한 메시아를 느끼려고 눈을 감아 집중했다. 공연은 비어있는 영혼을 채워주는 것 같은 풍요로움을 선사했다. ‘이게 클래식 음악이 주는 맛이구나.’생각하며 소리가 더욱 깊어진 춘천시립 합창단과 교향악단이 더없이 반가웠다.

그 다음날의 공연은 조금 다른 색깔로 다가왔다. 

‘지지배배 콘서트’로 이름 붙인 이 공연은 7080용으로 홍보하고 있어 그나마 내가 잘 아는 노래들이 나오는 대중가요 콘서트려니 짐작했다.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같은 제목으로 공연을 하고 있는데다 이들 단체가 대단한 결기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에 호기심이 동해 축제극장 몸짓으로 향했다. 이렇게 끈기 있게 브랜드 공연을 하고 있는 지역 예술가들이 있다는 게 나의 호기심의 발단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무대는 상상을 깨고 새로운 방식으로 내 안으로 뛰어들어 왔다.

‘무규칙 이종 장르 퓨전 종합예술’을 표방하고 있는 이들의 공연은 예전 세시봉의 인기 DJ 였다가 지금은 그러그러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으며 연극, 노래, 춤, 마술을 뒤섞어 공연하고 있었다. 객석은 내 나이를 넘나드는 또래들이 주류인데 그 반응이 재미있다. 어눌한 몸짓으로 출연자들이 시키는 대로 몸을 흔들며 즐거워하는 모습, 무대의 샐러리맨 독백에 ‘아, 안됐다!’하며 감정이 이입되어 한숨을 내는 사람…. 우리가 돈을 아끼지 않고 소비하는 유명 뮤지컬과 같은 모습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관객의 응어리를 풀어주며 공감을 얻고 있었다. 

이들의 홍보를 보면 스스로 키치(kitch)를 표방하는 듯하다. 엄숙함에서 비껴나 있으며 탈장르 이종 결합이라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사고를 가진 이들은 문화예술회관에서 감상한 ‘메시아’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춘천지역에 새로운 문화의 희망을 보는 것 같았다.

예술활동은 사람들에게 무형의 보상을 주기에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또 그것을 토대로 산업화도 이루어진다. 그런데 요즘은 이 가치들이 뒤죽박죽이다. 예술가들의 창조활동을 공공재원으로 지원한다는 이유 때문에 미묘한 평가의 잣대가 휘둘러지는가 하면, 예술가들은 그런 정책가들의 눈치를 살피고 그들의 생각에 자신을 맞추려고 전전긍긍한다.

또 한편에서는 예술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만족 수준을 넘지 못하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순수예술가를 자처하며 무한한 지원과 대접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혼돈 속에서 작은 빛으로 다가온 사단법인 문화강대국에게 이 혼돈 속에 한걸음 더 보태지 말고 장르의 경계를 허물듯, 지역이라는 공간의 경계도 넘어서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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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강원도민일보 / 2012. 10. 3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