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일상이었던 소녀

 

지난 16일 ‘축제극장 몸짓’에서 첫 단독콘서트를 연 싱어송라이터 이단비.

 
 “노래 부르는 것을 그냥 좋아했어요.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철이 들고 나서부터인데, 늘 음악이 흐르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버지 차를 타고 다섯 시간 이상 먼 곳을 갈 때도 지치지 않고 계속 노랠 불렀다고 해요.”
 
 이제는 고인이 된 가수 이남이 딸. 그 수식어가 항상 앞에 붙어 있던 그녀. 이제는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고 있는 가수 이단비(36) 씨의 말이다. 음악을 반대하던 아버지의 곁에서 가수로 인정받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던 작고 어린 소녀.
 
 “아버지에게 가수로 멋지게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 다짐을 하고 얼마 안가 아버지가 떠나셨어요. 지금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남아요.”
 
 이단비 씨는 스무 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춘천으로 이사를 했다. 아버지는 2001년 ‘철가방프로젝트’를 꾸렸다. 음악을 반대하시던 아버지 눈을 피해 몰래 음악을 하던 그녀. 장학금을 받으면 무대에 함께 서도록 해주겠다는 말에 악착같이 공부해 장학금을 타낸 야무진 그녀. 주위에 늘 진정한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연습을 하던 뮤지션들을 보며 자연스레 몸에 밴 연습 습관. 그녀는 지금도 하루에 2시간 이상 매일 연습을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진짜 가수가 되겠다고 다짐한 것이 스물다섯 살 때였어요. 남들보다 늦었기 때문에 하루에 10시간 이상 기타 연습을 했어요. 연습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 준 사람을 없었지만, 녹우 김성호 선생님이나 기타리스트 엄태환 선생님이 늘 그렇게 연습을 하셨고, 그걸 보고 자란 저는 당연히 그렇게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연습에 매진했고, 진짜 가수의 위치에 선 모습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죠.”
 
 춘천을 기반으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2011년 아이보리코스트를 결성해 여성보컬로 무대에 올랐다. 지금은 춘천 외에도 전국의 무대를 오르는 뮤지션이 됐다.
 
 “가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세요. ‘너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기쁨이었다’고요. 정말 감사하고 뭉클해요. 아이보리코스트에서는 깜찍하고 발랄한 이단비의 모습을 줄곧 보여 왔는데, 작업을 할 때는 이상하게 감성발라드의 곡들이 써지더라고요. 그것들이 쌓여 최근 발라드 음반을 내게 됐어요. 과연 누가 나를 알고 있을까. 누가 내 음악을 좋아해줄까. 걱정도 많았는데 이번 음반작업을 하면서, 숨어서 응원해주시던 팬 분들을 알게 돼 정말 기뻤어요. 그 분들 덕분에 정말 행복하게 음악을 하고 있어요.”
 
 밴드 아이보리코스트로 활동하던 그녀는 최근 발매한 앨범을 중심으로 솔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어쿠스틱한 미니멀 음악을 선보였던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풀 사운드의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은 피아노에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보이스와 피아노 선율만으로 채우는 음악에 매료됐다고 해야 하나요? 다행히 좋은 피아니스트가 함께 하고 있으니 한동안은 건반과 함께 작업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혼자 왔으면 지금의 이단비는 없었을 거라 말하는 그녀. 늘 곁에서 응원해주고 10년 이상 함께 해온 뮤지션들 덕분에 편하게 작업하고 있다는 그녀의 새로운 모습이 신선하다. 때로는 달콤하게 때로는 발랄하게, 또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하는 그녀의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 

 

출처 : 춘천사람들 / 2017.9.19